킹도미노 보드게임이 있다. 보드게임계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브루노 카탈라의 가족용 전략 게임이다. 올해의 보드게임상인 SDJ를 수상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 유럽을 포함 우리나라까지 인기리에 판매되는 게임이다. 킹도미노는 그 여세를 몰아 퀸도미노, 킹도미노 거인의 시대 확장판을 연달아 발표했고, 이번에 킹도미노 듀얼을 새로 출시했다. (정확히는 한국에서 이번에 출시된 것.) 킹도미노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플레이해보았다.
첫인상 ; 뭔가 좀 허전한데?
롤 앤 라이트 장르의 보드게임 특성상 종이 + 볼펜 + 주사위 몇 개 (혹은 카드 한 더미)가 고작이다. 킹도미노 듀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성물이라고는 주사위 4개와 연필 2개, 게임 용지(100장)가 들어있다. 뚜껑을 열어보면 허전하기 짝이 없는 이 게임의 권장소비자가는 25,000원이다. 하지만 보드게임은 어떤 게임이든 언제나 할인을 하고 있다. 할인을 하면 1만 원 중후반대로 구매 가능하다. 보드게이머에게 1만원 후반대의 가격은 '괜찮은 정도네' 지만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종이랑 주사위랑 연필을 거의 2만 원 돈 주고 사라고!?'라는 말이 나올법한 가격이다.
주사위 굴리고 고르고 그리면 끝
한가한 공원, 시원한 그늘 아래서 게임을 했다. 그 자리에서 처음 비닐을 뜯고 설명서를 읽었다. 게임 룰은 어렵지 않았다. 선 플레이어가 주사위 4개를 모두 굴린 뒤, 1개를 먼저 선택한다. 다음 플레이어가 주사위 2개를 고른 뒤 선 플레이어가 다시 주사위 1개를 고른다. 선택한 주사위에 나온 2개의 문양을 지도에 그린다. 이때, 2개의 문양은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하고, 기존에 그렸던 지도와 같은 문양이 적어도 1개 연결되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면 조금 어렵지만 킹도미노 보드게임의 규칙과 거의 흡사하다. 킹도미노를 해봤다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룰이였다. 점수 얻는 방식도 동일했다. 킹도미노 듀얼은 킹도미노 보드게임의 스핀오프 버전.
어? 은근히 고민되는데?
그저 킹도미노와 같은 룰이였다면, 이 게임의 매력은 0이였을 것이다. 롤앤라이트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얄팍한 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해본 킹도미노 듀얼은 마법을 부려 지루하지 않게, 선택의 고민은 깊게 만들어줬다. 사진 가운데 있는 마법 용지를 통해서다. 문양별로 정해진 개수를 모으면 문양에 해당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내 전략에 필요한 마법이 무엇인지 고려하면서 주사위를 선택해야 한다. 잘 나오지 않는 문양은 점수를 대폭 올려주기도 한다. 전략적으로 선택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마법에만 너무 연연하면 지도를 망칠 수도 있었다. 점수는 결국 지도에서 얻는 것. 지금 내 지도에 충실할 것이냐, 마법을 통해 더 높은 점수에 도전하느냐. 2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해야 고득점의 길로 갈 수 있었다.
이런 사람에겐 비추 : 나는 운빨 게임이 싫어요
이 게임은 주사위로 시작해서 주사위로 끝나는 게임이다. 킹도미노는 정해진 타일을 가져와 놓는 게임이기 때문에 왕관이나 특정 타일이 몇개 남았는지 추측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지도에 그릴 문양을 주사위를 통해 선택하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가령 점수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X표시(왕관과 같은 역할)가 안나올 수도 있고, 너무 잘 나올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문양은 끝까지 안나올 수도 있다. 그것이 주사위의 묘미. 하지만 이런 운빨 게임 보다는 오로지 나의 전략과 실력만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어 하는 플레이어도 있기 마련. 그런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하다 보면 짜증이 나서 연필을 두동강 낼지도.
계획대로 꽉 채우는 재미
킹도미노 듀얼의 가장 큰 재미는 계획한대로 꽉 채우는 재미다. 중간에 원하는게 나오지 않거나 선택이 어긋나면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무척이나 고민하게 된다. 킹도미노보다 선택과 배치의 고민이 조금 더 가중된 느낌이다. 킹도미노를 재밌게 했다면 킹도미노 듀얼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아마 그 이상으로도 재밌을 것이다.
초보에게 추천하기는 다소 애매한 포지션. 보드게임이라는 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해 봤는데 '롤 앤 라이트'라는 새로운 유형을 꺼내 든다면 일단 당황스럽다. 종이에 그리라니? 할 일이 더 많아진 느낌. 거기에 더해 킹도미노를 해보지 않았다면 문양의 배치가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점도 한몫한다. (해보면 쉽지만 초보들이 글로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킹도미노 듀얼은 '우리는 보드게임을 10개정도 해봤다.' 하는 커플이 하기 가장 좋은 게임이다. 혹은 부모님과 초등학생 조합도 괜찮아 보인다. 킹도미노를 안해봤다면 킹도미노를 한 뒤에 이 게임을 해본다면 약간 다른 두 개의 게임에 모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킹도미노의 명성은 어디 안 가는구나 싶었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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